[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사랑을 말하다

2011. 3. 25. 01:40음파음파/함께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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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요즘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걸 그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



남자가 하고 싶은 말은 아마 거기까지..

하지만 소리없이 눈으로 사정하는 여자를 보면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말하게 되죠



"너도 같이 갈래?"



'너도 같이 갈래?'

그것과 비슷한 말은 꽤 많이 있습니다

'주말에 만날까?'

'전화할게..'

'집에 바래다 줄게..'

언뜻 자발적인 제안으로 보이지만 그건 결코 자발적인 것도 기꺼운 제안도 아니라는 것..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여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더이상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지도, 바래다주고 싶어하지도, 같이 주말을 보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것..

하지만 아는척 하진 않습니다

아는 것을 들키는 순간 두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시작할테고

그 이야기의 끝은 두사람의 관계의 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으므로..



그녀는 그저 둔해지기로 합니다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계속 구걸의 눈빛을 보내면서도 비참하지 않은 척..

'전화한다고 말해..'

'주말에 만나자고 말해..'

'친구들과 함께 보내자고 말해..'

가끔 혼자 있을 땐 울기도 했습니다

너처럼 예민한 사람이.. 내 눈빛을 다 읽어내는 사람이.. 이렇게 무디게 구는 나를 보면 얼마나 지겨울까...

그녀의 연기는 성공적이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모든걸 피할 순 없었습니다

어느날 남자는 여자에게 말하죠



"우리.. 잠깐 떨어져 지내면 어때?"



이유를 묻는 그녀에게 남자는 설명했습니다



"그냥.. 생각도 좀 하고 싶고, 나 혼자 있는 시간이 좀 필요할거 같아서.."



여자는 눈 앞이 뿌옇게 흐려졌지만 끝끝내 무딘 척을 하려합니다



"너 생각할때는 말 안걸게.."



남자는 짜증과 답답함을 겨우겨우 숨기며..



"하아.. 그런게 아니구.. 그냥 정말 혼자 있고 싶어.."



고집스럽게 침묵을 지키던 그녀 결국은 둔한 척을 포기합니다



"그건 안돼! 왜냐면.. 왜냐면..

그렇게 말한다는거 헤어지고 싶단 뜻이니까... 나도 그래봤으니까..."



너도 다 알았구나..

남자의 얼굴엔 안도감같기도 하고, 배신감같기도 한 표정이 번지고 여자는 곧바로 후회합니다

끝까지 무딘척 할걸..

끝까지 바보가 되서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을걸..

언젠가는 똑같은 식으로 끝이 난다고 해도...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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