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4. 23:18ㆍ음파음파/[스크랩]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가
마지막 방송을 마친 지
오늘로 일주일이 됐네요.
저는 퇴근할 때 종종
이 방송을 차에서 듣곤 하는데,
지난 일주일은
스윗 소로우의 멤버들이
방송을 하시더군요.
다음 주까지 하시는 모양인데,
그 이후부턴 다시 알렉스씨가
디제이를 맡게 되신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들어보니,
스윗 소로우 멤버들도
진행을 잘 하시더라구요.
스타일로 보건대,
아마 알렉스씨도
상당히 잘 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한두달 지나면,
청취자들은 또 거기에 적응하면서
많이들 좋아해주시겠지요.
그런데 성시경씨의 방송에
매주 한 번씩 참여했었고
또 종종 듣기도 했던 저로서는,
아무래도 성시경씨가 아닌
다른 분이 푸른밤을 방송하시는 게
좀 낯설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인체 기관 중에서
귀가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그렇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눈이 좀 새로운 것을 찾아
기웃거리는 경향이 있는 반면,
귀는 항상 들어오던 것,
익숙하게 들려오던 것에
유달리 집착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하긴,
그렇기에 라디오라는 매체가
다른 매체보다 훨씬 더
정이 가는 것이기도 할 테지요.
-
일주일 전의 마지막 방송은
저도 작심하고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전 막방이라는 걸 처음 들어봤는데,
정말이지 거기엔
방송을 하는 이나
듣는 이 모두를
격렬하게 흔드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 무척이나 침착한 성시경씨가
오프닝 때부터 울먹이는 것을 듣고 있자니,
이거 이거, 정말,
오늘 많은 분들 우시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날 막방은
저로서도 꽤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김태훈씨나 문천식씨와 함께
제 목소리도 너무 많이 들어가서
많이 민망하기도 했지만요.
전 사실 그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활용하실지는 몰랐거든요. -.-
밤 2시에 마지막 방송이 끝난 후
저는 '쫑파티' 현장으로 갔습니다.
프로그램 게스트들도
함께 하는 자리였거든요.
장소는 반포에 있는
실내 포장마차였습니다.
성시경씨의 단골집인데,
푸른밤 애청자들 중에는
아시는 분들도 많으실 거에요.
도착하니 밤 2시40분.-.-
제가 좀 늦게 간 탓에
이미 많은 분들이 와 계시더라구요.
모두 20여명 정도였는데,
성시경씨와 피디-스태프 분들 뿐만 아니라,
알렉스-타블로-김조한 등
동료 분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문천식씨와 김태훈씨도 오셨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제가 들어가자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아주셨던 성시경씨 얼굴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눈물 자국이
서서히 떠오르네요...
-
그날 자리는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어요.
다들 정을 나누는 이야기와
넉넉한 덕담들,
그리고 잊지 않고 서로를
집요하게 놀리는 농담까지,^^
마치 아쉬움을 감추려는 듯
시끌벅적한 자리였지요.
저로서도 오랜만에
맘 편히 기분좋은 자리였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맥주에 소주를 섞은 '소폭'이
테이블마다 난무하게 되긴 했지만요.^^
곳곳에서
전사자가 속출하는 것을 보고
결국 이러다간
저도 당해내지 못할 것 같아서
새벽 4시30분에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기에,
'최후의 러브 샷'을 제의했죠.-.-
(그거 안 했으면
아마도 저를 놓아주지 않으셨을 듯...)
성시경씨와 피디-작가 분들을 포함해,
무려 여섯 사람이 한꺼번에 팔을 얽고
술잔을 단숨에 비웠던
희대의 세러모니였습니다, 눼~
정 많으신 분들이
도로까지 따라 나와서
택시를 잡아주시더군요.
아, 저도 예전엔
이렇게 먼저 도망가시는 분들을
호기롭게 돌봐드리곤 했는데... -.-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시체처럼 쓰러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한 뒤
급한 일들을 처리하고나자
전날 밤에 잘 끝났는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오후에 시경씨에게
안부 문자를 주고받다가
살짝 물어봤죠.
최종적으로 몇시에 끝났냐구요.
그랬더니,
위풍당당하게 날아온 답 문자.
헉.
성시경씨는 제대 후
라디오에 복귀하면,
아침 방송을 맡아도 될 것 같네요.-.-
(문자 끝의 '^^' 표시가
이번만큼은 꼭 브이자 두개를
뒤집어놓은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이 정도 체력과 주력이면
군대에서도
큰 문제 없으실 것 같습니다.
걱정 좀 덜해도 되겠어요.^^
-
오늘은 각각
러닝 타임 두 시간이 넘는
영화 두 편을 보느라
오후 내내 밖에 있었죠.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푸른밤' 스태프 분들이
보내주신 소포가 와 있더군요.
제가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5월9일 방송과
'푸른밤' 막방인
5월12일 방송을 담은
씨디들이었습니다.
표지까지 따로 만들어서
참 예쁘네요.
소중한 기념품이 될 것 같습니다.
방송국에 갈 때마다
기분 좋게 대해주시더니,
끝까지 감동이네요.^^
감사합니다.
-
'푸른밤'을 그만둔 지
저 역시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뭔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묘하네요.-.-
하지만 지난 주부터
'필름 속을 걷다'를 맡게 되신
최광희 기자님이 무척 유능하신 분이니
프로그램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
제가 마지막 방송을 했던
5월9일의 스튜디오 사진을 올립니다.
왼쪽 저 의자에 앉으면
마음이 참 편해지곤 했죠.
정말 그런 방송 만나기도
쉽진 않을 거에요...
[출처] 푸른밤, 막방이 끝난 후|작성자 이동진
http://blog.naver.com/lifeisntcool/13003108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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